유상 유공희의 글/유공희의 시

사접(死蝶) / 유공희

운수재 2007. 6. 24. 06:05

 

 

사접(死蝶)  /  유공희

 

캄캄한 수풀 속에서

이슬같이 태어나

불꽃같이 헤엄쳐 나온

하얀 나비……

 

어제 하룻밤내

생(生)을 연모하여

이 아침 태양 앞에서 전락(顚落)한 생명이여!

 

죽음을 걸고 웨고 나오던

너의 그다지 성조(性燥)함은 무엇이랴!

 

솔잎같이 파리한 전신(全身)도 태워 버릴 듯

너는 구름쪽 같은 날개를 지녔구나!

 

오, 그 날개는 이제

눈부신 빛도 열(熱)도 잃고

흙냄새 배어 오르는, 여름 한낮

때 아닌 가랑잎처럼

돌 밑에 자다……

 

그 날개 주우려고 돌 밑에 손을 대니

타다 남은 온기(溫氣)랴!

손끝을 물들인 하얀 가루여!

뜨거운 넋의 모습이여!

 

오, 퇴적(堆積)한 행운의 사유를 깨뜨리고

나는 끝없는 창공에

또렷이 너의 미친 일생을 엿보노라!

 

아름다운 습성의 무구(無垢)……

너 불꽃에 흡사한 생명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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