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접(死蝶) / 유공희
캄캄한 수풀 속에서
이슬같이 태어나
불꽃같이 헤엄쳐 나온
하얀 나비……
어제 하룻밤내
생(生)을 연모하여
이 아침 태양 앞에서 전락(顚落)한 생명이여!
죽음을 걸고 웨고 나오던
너의 그다지 성조(性燥)함은 무엇이랴!
솔잎같이 파리한 전신(全身)도 태워 버릴 듯
너는 구름쪽 같은 날개를 지녔구나!
오, 그 날개는 이제
눈부신 빛도 열(熱)도 잃고
흙냄새 배어 오르는, 여름 한낮
때 아닌 가랑잎처럼
돌 밑에 자다……
그 날개 주우려고 돌 밑에 손을 대니
타다 남은 온기(溫氣)랴!
손끝을 물들인 하얀 가루여!
뜨거운 넋의 모습이여!
오, 퇴적(堆積)한 행운의 사유를 깨뜨리고
나는 끝없는 창공에
또렷이 너의 미친 일생을 엿보노라!
아름다운 습성의 무구(無垢)……
너 불꽃에 흡사한 생명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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