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가에서 / 유공희
― N에게
낯설은 고을
바람이 우짖는 강가에 홀로 서 있으면
강물은 굽이쳐 흐르고
흐르는 물 위에 하얀 거품이 거품이
푸른 하늘을 한 아름 안고
떠나려 갑니다
사랑하는 이여,
이 조그만 거품 속에까지
푸른 하늘이 무엇이겠습니까
지나는 바람속에 속절없이 꺼지고 다시 맺히는
이 허망한 넋속에까지…
이슬만한 자유도 내것이 못 되어
돌아가지 못 하는 나어린 사나이가
이 조그만 거품을 못 잊어
이렇게 홀로 강가에 울며 섰으면
온종일 푸른 하늘이 푸른 하늘이
강 위에 넘쳐 흐릅니다 굽이칩니다.
1947. 9. 17. 논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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