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 유공희의 글/유공희의 시

강가에서 / 유공희

운수재 2007. 7. 26. 02:40

 

 

강가에서  /   유공희

― N에게

 

낯설은 고을

바람이 우짖는 강가에 홀로 서 있으면

강물은 굽이쳐 흐르고

흐르는 물 위에 하얀 거품이 거품이

푸른 하늘을 한 아름 안고

떠나려 갑니다

 

사랑하는 이여,

이 조그만 거품 속에까지

푸른 하늘이 무엇이겠습니까

지나는 바람속에 속절없이 꺼지고 다시 맺히는

이 허망한 넋속에까지…

 

이슬만한 자유도 내것이 못 되어

돌아가지 못 하는 나어린 사나이가

이 조그만 거품을 못 잊어

이렇게 홀로 강가에 울며 섰으면

온종일 푸른 하늘이 푸른 하늘이

강 위에 넘쳐 흐릅니다 굽이칩니다.

 

1947. 9. 17. 논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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