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神)이여 말하소서 / 유공희
뜰엔 차디찬 가을비 소리 쉴 새 없고
하얀 빗방울들 유리창에 매달리어
잠들기 싫은 원한을 말하도다
혹은 가난한 어머니 젖가슴에 매달려
보채우는 갓난애 울음소리인 양
오 내 귀엔 새빨간 태초의 설움이 복받칠 때
비는 한떨기 촛불을 침노하는 어둠과 더불어
땅 위에 모든 꽃송이를 묻고 밟는도다
슬프도다 이 땅의 삶의 얼굴
무덤 같은 이 한밤
호수처럼 눈뜬 마음이 하나
한없이 잠들기 무서워
그대 품에 매달려 떨고 있나니
이 같은 밤엔
그대 고요히 말하는 소리
들릴까 하여… 들릴까 하여…
(1942. 10. 동경)
'유상 유공희의 글 > 유공희의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까만 호수 / 유공희 (0) | 2007.08.28 |
---|---|
침상 / 유공희 (0) | 2007.08.27 |
심(蕈) / 유공희 (0) | 2007.08.25 |
못 / 유공희 (0) | 2007.08.24 |
미풍 / 유공희 (0) | 2007.08.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