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상(寢床) / 유공희
― 시작(詩作)의 관념도(觀念圖)
야반(夜半)
그대의 유리창에
노란 나비들의 소음이 솟아 오른다
어떠한 지혜가
광야의 한 구석에서 알 슬었더냐!
이 조그만 생물들은
모두 천애(天涯)의 소리 속에 목욕하고 온 듯
개화(開花)한 유리창의 공허(空虛)에
이 취객(醉客)들은
소곤소곤 노란 화문(花紋)을 짜다
아 그대의 침상은
얼마나 아름다운 관념의 호수이랴
두 눈은
어둠속에 헤엄치는 나형(裸形)… 아직 보이지 않는
생신(生身)을 애무하는 빛깔에 젖어…
해방된 하얀 배 위에
온갖 화족(花族)의 그림자를 잠재우며
그대는 가만히 몸을 돌리며
낯설은 내부의 힘에 탄식하는도다
(1942. 7. 동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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