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 유공희의 글/유공희의 시

침상 / 유공희

운수재 2007. 8. 27. 05:53
 

침상(寢床)유공희

― 시작(詩作)의 관념도(觀念圖)


야반(夜半)

그대의 유리창에

노란 나비들의 소음이 솟아 오른다


어떠한 지혜가

광야의 한 구석에서 알 슬었더냐!

이 조그만 생물들은

모두 천애(天涯)의 소리 속에 목욕하고 온 듯


개화(開花)한 유리창의 공허(空虛)에

이 취객(醉客)들은

소곤소곤 노란 화문(花紋)을 짜다


아 그대의 침상은

얼마나 아름다운 관념의 호수이랴

두 눈은

어둠속에 헤엄치는 나형(裸形)… 아직 보이지 않는

생신(生身)을 애무하는 빛깔에 젖어…


해방된 하얀 배 위에

온갖 화족(花族)의 그림자를 잠재우며

그대는 가만히 몸을 돌리며

낯설은 내부의 힘에 탄식하는도다

            (1942. 7. 동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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