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 유공희
목표도 없이 공간을 더듬다
힘없이 무릎 위에 놓인 두 손이
그 내 손이 왜 이렇게 슬퍼 보이오?
맥박조차 잃은 듯한 낡은 손이언만
아름답지 않게 비칠 한 쌍의 눈동자도 없는 이 밤
왜 이렇게 납덩이 같은 눈물은 흐르오?
힘을 주면 주먹이 될 듯도 한 손이려니
씻으면 사라진 듯도 한 슬픔이언만
왜 저 열 손가락은 발발 떨기만 하오?
오, 별나라의 마술사― 밤의 정령(精靈)이여
이 밤 내가 가지지 못함은 행복한 잠뿐이오릿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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