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보시집들/겨울, 하늘소의 춤

영은사 지나며 / 임보

운수재 2008. 9. 1. 04:19

 

 

 

 

영은사(靈隱寺) 지나며/   임보

 

 

중생들 가득 이고 있음인가

법당 안 늙은 목불(木佛)

고개가 지그시 기울어 있다

 

파인 기왓골마다

쑥대 달구개비 잡초들이

부스럼마냥 매달려

야단법석 떨고 있는

대웅전 그 큰 지붕도 기울어

법당 문짝 다 찌그러져 있다

 

이제 보니

천지(天地) 사방(四方) 산이란 산들도

수만 년 뿌리내린 초목군생(草木群生)들

그 등살에 다 주저앉아

그 형상들 다 뭉개져

코맹녕이

귀머거리

당달봉사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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