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승노래/ 임보
장승백이 골에는 걱정도 많아
하늘 장승 땅 장승 마주 앉아서
구슬 앓는 개똥이네 손님*도 쫓고
징용 간 머슴아들 명도 지키고
암장승 숫장승 마음도 고와
시집 못 간 큰애기 뒤고 봐 주고
하늘지기 건들 논에 물도 대 주며
삼백 예순 날 잠도 설치네
동지 섣달 벗은 오동 달 푸른 밤엔
장승백이 골에는 바람도 시려
아들 장승 딸 장승 발을 구르며
떼기러기 은하수에 눈만 비비네.
* 손님 : 전염병의 미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