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보시집들/날아가는 은빛 연못
설경(雪景)․5 / 임보
―들새
세상이 열두 자의 눈 속에
깊이 묻혔을 때
길 잃은 한 마리 들새
초승달―찢어진 하늘 구멍을
향해 한 둬 마장쯤
날아 오르다
달빛에 날개가 닳아
눈 속에 추락해 내렸다
그리고
세상과 하나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