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천동 소식․2/ 임보
태허 선사가 서울 오던 날 무교동 어느 해장국 집에서 구천동 소식을 물었더니 그가 메고 온 바랑 속에서 꽃가지 하나 꺼내들고 내 코 앞에 버럭 디밀어 구천동 냄새를 맡아 보라 한다. 조화 같기도 하고 생화 같기도 한 시든 꽃가지에 코를 대고 구천동을 보려했더니 구천동도 모른 놈이 어이 구천동 냄새를 알겠느냐고 꽃가지를 다시 앗아 해장국 속에 처넣는 게 아닌가
그리고 소주 둬 순배 돌아갔을 때 태허가 곱은 혀로 뭐라고 시부렁대는데 내 나름대로 그걸 얽어 맞춰 보았더니, 무교동 해장국 냄새나 구천동 도화가지 냄새나 그게 다 그것인데 호사 좋아하는 놈들 산호관자 매듯 속치레 한다고들 빈정대는 것이 아니겠나.
술김에 나도 태허 멱살을 잡고 구천동 어귀도 못 가본 자네가 무슨 구천동 소리 하느냐고 호통을 쳤더니 태허 킬킬대고 웃어젯기면서 구천동에 가서 구천동 찾으려고 하는 놈치고 구천동 보고 오는 놈 아직 못 봤다고 당장 따귀라도 한 대 올려붙일 듯 눈을 부라리고 있는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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