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보 부부/ 임보
우리 동네 연탄 가게 젊은 아주머니는 힘도 장사여서 구공탄을 한 번에 여덟 개씩 잘도 나르는데,
이 여인네가 연탄 무더기 곁에 서면 에미 곁에 강아지 새끼들 모여들 듯 그렇게 검은 연탄들이 매달려 대롱이는데,
온종일 그 검은 새끼들 북새통에 그 희고 도톰한 얼굴이 벗겨질 날이 없는데,
이들 부부가 연탄 수레를 밀고 당길 때도 여인이 앞서면 곰보 그 남편은 그저 수레에 매달려 따라오는 것 같고,
여인이 뒤서면 키 작은 그 남정네는 수레에 떼밀려 쫓겨가는 것도 같은데,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들 부부가 오손도손 말하는 것을 본 사람은 아직 아무도 없는데,
―허기사 눈짓 하나 손짓 거동 하나에도 그들은 서로 그렇게 통하고 있어서,
개구쟁이 동네 아이 녀석들이 혹 그 여인 뒤통수에 대고 귀머거리 벙어리라고 놀려대도
그 부부들은 그의 검은 새끼들 보듯 그저 웃고만 있는데,
저녁이면 달이 내려와 그들의 등에 미끄럼타기도 하고
낮에는 소내기도 그들의 뒤꿈치를 밟아 따라와 쌓기도 하는데
굳이 행복의 칫수를 따져보자면 우리 동네 어느 부부가
이들보다 더 거들먹거리며 앞서 간다고 주제넘은 자랑 할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