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구/ 임보
청운산장 오르는 중턱쯤에 <샘터>라는 곳이 있는데
우물가에 포장 한 간 치고 물과 바람이나 마시고 사는 한 노파가 있는데
그 집 볕 밝은 뜰엔(뜰도 산이지만)
사람으로 치면 열네댓쯤 먹어 뵈는 토종 황구(黃狗) 한 마리와
또 사람으로 치면 예닐곱쯤 먹어 뵈는 어리디 어린 새끼 고양이 한 마리가
볕을 쬐며 놀고 있는데
그 괴가 황구 꼬리를 물고 귀찮게 굴어도 그냥 눈만 껌벅이며
날아가는 산새들이나 쳐다보고 있는
전생에 어느 절간 청직이나 해 묵었던 놈 같기도 한
고런 능청스런 개가 한 마리 있는데
주인 노파가 도토리 자루를 지고 숲에서 내려오면
동자놈 제 스승 맞듯 반갑게 달려가는데
글쎄 이 자리가 한 십여 백 년 전엔
이 식구들 서로 얽혀 살던 무슨 절이나 하나 서 있던 그런 데나 아니었는지
내 생각도 이리 달아오른 걸 보면
나도 옛날 그 뜰을 자주 기웃거려 보던
한 그루 물푸레나무나 아니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