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머리에
작년 11월 《은수달 사냥》을 묶어 낸 지 1년이 채 못 되어 《황소의 뿔》을 내놓게 된다.
10년에 시집 한 권 만들기 힘들 정도로 과작이었던 내가 요즈음 와선 1년에 한 번씩 묶어 낼 만큼 다산을 하고 있으니
무슨 신명이 들었는지 나도 모를 일이다.
시 많이 만들어 낸 사람들 빈정댔더니 이제 보니 스스로를 빈정댄 꼴이 되었다.
제1부 ‘지하철부근’은 연작시로서 문명비평적인 작품들이다.
짧은 형식에 촌철살인의 기지를 담을 수 없을까 의도적으로 시험해 본 것인데 아직 만족스럽지 못하다.
제2부는 그동안 내가 모색해 온 ‘율’(律)시리즈의 연속이고,
제3부는 비교적 정관적 자세로 세상을 바라다보고 쓴 작품들,
그리고 제 4 부는 사회 비판적 작품들이다.
어떠한 내용의 작품이든 쉽고, 재미있고, 멋스럽게 써 보고 싶은데
이러한 내 뜻이 이 시집의 작품들 속에서 얼마나 이루어졌는지 모르겠다.
작품을 맡아 수고해 주신 신원문화사 여러분께 감사한다.
1989. 林 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