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보시집들/황소의 뿔
난초꽃/ 임보
동대문 지하철 입구
한 노파가 난(蘭)을 팔고 있다.
봄비가 시려
고개를 길게 뽑은 꽃들이
아직 털도 없는 제비 새끼들처럼
광주리 속에서
종알대고 있다.
백차(白車)가 휙 지나자
꽃들은 깜짝 놀라
노파의 치마 밑에 고개를 묻고
죽은 듯 잠잠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