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보시집들/황소의 뿔

난초꽃

운수재 2009. 4. 22. 07:26

 

 

 

난초꽃/                         임보

 

 

 

동대문 지하철 입구

한 노파가 난(蘭)을 팔고 있다.

 

봄비가 시려

고개를 길게 뽑은 꽃들이

아직 털도 없는 제비 새끼들처럼

광주리 속에서

종알대고 있다.

 

백차(白車)가 휙 지나자

꽃들은 깜짝 놀라

노파의 치마 밑에 고개를 묻고

죽은 듯 잠잠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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