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따구리에게/ 임보
똑또르르르륵…… 똑또르르르륵……
숲을 걷다가 영롱한 음향에 귀가 선다
지상에서 가장 명징한 가락을 뽑아내는
타악기의 연주자는 딱따구리다
그의 단단한 부리가
마른 나무를 두드리는 저 소리
똑또르르르륵…… 똑또르르르륵……
집을 짓는 것도
먹이를 찾는 것도
그들에겐 다 즐거운 음악이다
굳은 부리로 1초에 15번을 두드린다는
저 신묘한 새의 신기(神技)도 신기지만,
한갓 마른 나무의 몸통이 그처럼 맑은
소리를 품고 있다니 놀라운 일이다.
똑또르르르륵…… 똑또르르르륵……
숲 사이로 쏟아져 내리는 햇살이 눈부시다.
똑또르르르륵…… 똑또르르르륵……
딱따구리여,
날카로운 네 부리로 이 머리통을 때려다오.
부질없는 망상의 이 골통을 찍어다오.
한 가닥 맑은 소리를 뽑아내 다오.
텅 빈 영혼의 악기를 만들어 다오.
똑또르르르륵…… 똑또르르르륵……
(우리시 2009. 9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