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네잡이/ 임 보
지네가 영약이지요.
예로부터 허리 아픈 데는 이놈을 능가하는 약이 없지요.
그놈의 허리가 구절양장 정도가 아니라 90절 양장쯤 되다보니
아마 그런 효혐이 있나 봅니다.
그러나 그놈에게 물리면 곤욕을 치릅니다. (각설하고)
그 독한 지네를 어떻게 잡는 줄 아세요?
간단합니다.
닭뼈만 있으면 됩니다.
항아리 안에 닭뼈를 담아 너덜겅 속에다 묻어 두기만 하면 끝입니다.
너덜겅 잘 모르시나요?
도시 양반들이야 잘 모르시겠지요.
산비탈 돌밭인데 지네들의 아지트지요.
며칠 있다 가 보면 항아리 속이 온통 수 백 마리의 지네들로 득실거립니다.
왜 그러느냐구요?
닭뼈 때문입니다.
왜 닭뼈 때문이냐구요?
닭이 지네의 천적이기 때문입니다.
도시에서 자란 당신은 잘 모르겠군요.
닭이 얼마나 지네를 좋아하는지---
지네를 보면 닭들은 사족을 못 쓰고 달려듭니다.
그래서 어떻다는 거냐구요?
참, 우둔도 하셔라.
살아 있는 닭은 못 해보니
죽은 닭뼈에라도 이를 갈고 달여 드는 것이지요.
그런 지네를 잡으려고
닭뼈를 가지고 농락하는 사람들이라니
죽어서 어떻게 될지 뻔합니다.
혹 남을 괴롭혔던 일이 있었다면…
앞으로는 조심하세요.
(<시와 정신> 2009.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