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지네잡이

운수재 2009. 9. 11. 06:48

 

 

 

 

지네잡이/                            임 보

 

 

 

지네가 영약이지요.

예로부터 허리 아픈 데는 이놈을 능가하는 약이 없지요.

그놈의 허리가 구절양장 정도가 아니라 90절 양장쯤 되다보니

아마 그런 효혐이 있나 봅니다.

그러나 그놈에게 물리면 곤욕을 치릅니다. (각설하고)

그 독한 지네를 어떻게 잡는 줄 아세요?

간단합니다.

닭뼈만 있으면 됩니다.

항아리 안에 닭뼈를 담아 너덜겅 속에다 묻어 두기만 하면 끝입니다.

너덜겅 잘 모르시나요?

도시 양반들이야 잘 모르시겠지요.

산비탈 돌밭인데 지네들의 아지트지요.

며칠 있다 가 보면 항아리 속이 온통 수 백 마리의 지네들로 득실거립니다.

 

왜 그러느냐구요?

닭뼈 때문입니다.

왜 닭뼈 때문이냐구요?

닭이 지네의 천적이기 때문입니다.

도시에서 자란 당신은 잘 모르겠군요.

닭이 얼마나 지네를 좋아하는지---

지네를 보면 닭들은 사족을 못 쓰고 달려듭니다.

 

그래서 어떻다는 거냐구요?

 

참, 우둔도 하셔라.

살아 있는 닭은 못 해보니

죽은 닭뼈에라도 이를 갈고 달여 드는 것이지요.

 

그런 지네를 잡으려고

닭뼈를 가지고 농락하는 사람들이라니

죽어서 어떻게 될지 뻔합니다.

 

혹 남을 괴롭혔던 일이 있었다면…

앞으로는 조심하세요.

 

                    (<시와 정신> 2009.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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