혀/ 임보
우리에게 입을 주시고
단단한 이빨들 사이에
부드러운 혀를 지으신 이여,
놀랍고 놀랍도다
날카로운 상하의 이빨 틈에서
먹이를 잘 씹도록 민첩하게 뒤척이며
씹은 먹이를 식도로 내려보내는
부지런한 노역자
입김을 굴리고 다듬어
번거로운 머리의 생각들을
자음과 모음의 음절로 정확히 엮어내는
영특한 하인
천진한 애들은 혀를 내밀어 ‘용용!’
그들의 기분을 드러내기도 하고
점잖은 어른들은 ‘쯧쯧!’ 혀를 차며
못마땅한 일들을 꾸짖기도 한다
그러나 그러나
세상 사람들아,
혀가 하는 가장 놀라운 일은
사랑이다
젊은 두 혀들이 만나 무엇을 하는가 보라
혀와 혀가 엉켜
서로의 노고를 위무하고
사랑이 황홀인 것을 가르치지 않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