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크론/ 임보
태평양을 횡단하는 아나크론이라는 철새가 있다
물고기를 사냥하며 살아가는 물새이지만
물속에 들어가질 못 한다
여느 물새들과는 달리 그의 깃털엔 기름기가 없어서
물에 젖으면 익사하고 만다
그러니 그는 긴 발톱만 가지고
물의 표면 가까이 헤엄쳐 가는 물고기를
날쌔게 낚아채야만 한다
잠시 물 위에 떠 쉬어 갈 수도 없는 아나크론!
참 불쌍한 새라고?
글쎄,
그래서 그는 가장 멀리 날 수 있는 날개를 지녔다
아니, 그런 능력을 지녔기 때문에
날개에 기름을 달 필요가 없었던가?
도대체 무엇이 앞선 것인가?
날개인가, 기름인가?
왜 둘이 아니라 하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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