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보시집들/눈부신 귀향

만해화

운수재 2009. 10. 15. 07:08

 

 

 

 

만해화(萬海華)/                  임보

 

 

 

천만 성운(星雲)의 별들 중 가장 빛나는 지구

지상에서도 제일 아름다운 금수강산

산 가운데 으뜸인 백두대간의 설악

설악의 심장인 맑은 백담의 계곡에서

이 시대의 가장 거룩한 님을 기리는

성스러운 축전을 경건히 펼치노니

 

한때, 이 강토가 어지러웠던 시절

잠든 백의(白衣)의 푸른 혼을 일깨운 지사(志士)로

잔악한 야만(野蠻)의 멱살을 잡아 뒤흔들던 투사(鬪士)로

사찰(寺刹)의 낡은 빗장을 열어젖힌 유신의 선사(禪師)로

만인의 흉금을 사로잡은 사랑의 시인(詩人)으로

섬광처럼 이 땅에 오신 님, 만해(萬海)여,

 

개울이 모여 여울을 만들고

여울이 모여 강물이 되던가?

천의 강하가 모여 바다를 이루고

일만 바다가 모여 만해(萬海)가 아니던가?

만해, 당신은 삼라만상을 다 안은 자비요

억만 중생을 기르는 무궁한 생명수로다

 

님이 뿌린 정기(精氣)의 씨앗은 싹이 돋고 자라

어느덧 한 그루 거목으로 굳게 뿌리를 내렸나니

이제 너울거리는 무성한 가지마다 꽃이 피어나

눈부신 광채, 신묘한 향훈(香薰)이 팔황(八荒)을 감싸도다

의기(義氣)와 자애(慈愛)의 혼이 빚어낸 만다라화(曼茶羅華),

세상을 환히 밝히는 만해화(萬海華)여!

 

산들은 하늘을 향해 더욱 높이 치솟고

강들은 바다를 향해 더욱 도도히 흐르는구나

뭍에 실려가는 무량(無量)의 초목금수(草木禽獸)들도

물에 실려가는 억만(億萬)의 어하해패(魚鰕蟹貝)들도

성하(盛夏)의 눈부신 태양 아래

푸른 등들을 뒤채며 구원(久遠)의 꽃을 찬미하는도다.

 

 

                 * 이 글은 2005년 만해축전 행사를 위해 쓴 축시임.

 

 

 

 

 

 

'임보시집들 > 눈부신 귀향' 카테고리의 다른 글

궁합  (0) 2009.10.19
바람의 스승  (0) 2009.10.16
간월암  (0) 2009.10.04
아나크론  (0) 2009.10.02
사슴의 뿔  (0) 2009.0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