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보시집들/눈부신 귀향

명분이 없다고?

운수재 2009. 12. 31. 08:00

 

 

 

 

명분이 없다고?                     임보

 

 

 

부시가 이락을 침공할 때

세계는 얼마나 호들갑을 떨었던가

명분 없는 전쟁이라고―

그러나 세상 어디에도 명분은 없다

 

오늘 아침 네 식탁을 보라

어디서 노획한 전리품들인가

식물의 씨앗이며

동물의 살코기

날짐승의 알에

물고기의 몸뚱이…

그대의 식탁은 명분이 있는가?

 

기계를 굴리는 오늘의 인간들은

석유를 먹고 산다

원유의 바다에 떠 있는 아랍의 사막은

황금의 덩어리가 아닌가?

난폭한 사자가 선량한 들소를 사냥하듯

바그다드는 그렇게 도륙되었다

 

보라, 사자의 사냥터에 모여드는

하이에나 독수리의 무리들을

사자가 남겨 놓은 썩은 고기라도 얻어먹겠다고

어정거리는 비겁한 무리들을 보라

한때 명분을 내세우던 그들보다는

동물다운 부시가 차라리 순진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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