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잠
임보
우리 내외의 잠버릇은 서로 다르다
나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데
아내는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난다
나는 팔다리를 펴고 반듯하게 누워 자는데
아내는 몸을 새우처럼 구부리고 옆으로 잔다
내 코고는 소리는 요란하다는데
아내의 코는 피리를 연주하는 수준이다
나는 포근한 요를 좋아하고
아내는 따끈한 방바닥을 즐긴다
새벽쯤 깨어보면
나는 요 위에 누워 있는데
아내는 요 밑에 들어 있다
그래서 우리의 요는 S자로 구부러져
나와 아내를 갈라놓은 울타리가 된다
동상이몽(同床異夢)이 아니라
별상이몽(別床異夢)인 셈이다
그래도 반 백 년 동안 여태
한 방에서 버티고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