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오리(加五里)
임보
서울의 삼각산 밑 우이동 근처에 '가오리'란 이름을 가진 동네가 있다.
바다의 어족 가오리를 연상시킬 만한 무슨 유적이 있는 곳도 아닌데
왜 그런 이름이 붙었는지 궁금하다.
관활 구청의 지명 해설에는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
가오리(加五里)는 현재 수유동 우이초등학교 등이 있는 곳으로
옛날 미아리 고개에서 장사를 지내는 소리가 임금에게까지 들리자
번잡스러우니 오리(五里)를 더 가라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는 누가 왕십리(往十里)에 얽힌 설화*를 생각하면서
그렇게 꾸며낸 것으로 보이는데 설득력이 약하다.
장사 지내는 소리가 궁궐까지 들려 임금이 명을 했다면
가오리는 당대의 공중묘지가 있던 지역이어야 하고,
후대의 묘역이 된 미아리와 궁궐의 사이 어딘가에 있어야 마땅하다.
그런데 가오리가 미아리에서 한참 더 떨어진 변방에 있으니
위의 설화는 논리에 맞지 않는다.
해서 이 지명의 어원을 다음과 같이 추정해 보기로 한다.
옛날 우이동 인근에 쇠가죽으로 신발과 갑옷을 만들며 지내던 한 갖바치가 있었다.
그의 외딴 집 밖에는 햇볕에 가죽을 널어 말리기도 했고,
만든 갑옷을 걸어 놓기도 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 갖바치가 사는 곳을 일러
갑옷 마을, 곧 '갑옷리'라 불렀던 것인데,
세월이 흐르면서 ㅂ과 ㅅ이 떨어져 나가고 '가오리'로 남게 된 것이다.
그러고 보니, 우이동(牛耳洞)은 옛날 소 잡는 골짜기였던 모양이다.
* 왕십리 : 이성계가 조선 건국 시 지금의 왕십리에 궁터를 잡으려 했는데
무학 대사가 자리를 보고 십리를 더 가서 궁을 지으라고 해서
'왕십리'라는 지명이 생겼다는 설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