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장미원

운수재 2011. 11. 18. 08:07

 

장미원

                  임보

 

 

강북구 수유리에 장미원이라는 이름을 가진 버스정류장이 있다.

가오리에서 우이동쪽으로 한 정거장 떨어진 곳이다.

한 40년 전에는 도롯가에 수만 평의 큰 장미꽃 밭이 있어서

5, 6월 꽃이 한창 피어날 때면 수만 그루의 울긋불긋한 꽃송이들이

뿜어내는 향기며 잉잉거린 꿀벌들의 소리로 주위가 온통 왁자했다.

 

 

지금은 연립주택들이 들어서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지만

아직도 사람들은 꽃밭이 있던 그 자리를 장미원이라고 부른다.

이름에게 미안했든지 누가 정류장 가까이에 둬 그루 심어 놓은

흰 장미가 제 철이 되면 조등처럼 외롭게 꽃망울을 터뜨린다.

장미원! 사람만 죽어서 이름을 남긴 건 아닌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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