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드블랑
임보
광화문 근처의 예식장을 찾아간다
예식장이 아니라, 웨딩홀 루드블랑
트윈트리 타워 A동 B2라고 하는데
하늘을 찌르는 빌딩의 숲들 속에
번쩍이는 쌍둥이 유리건물들이 많아서
몇 군데를 기웃거리다 겨우 찾는다
예식장, 아니, 웨딩홀이어서 서양식 이름인가?
강남의 유명한 웨딩홀을 검색해 보았더니
엘타워·더라빌·드레스가든·더파티움·더화이트베일·
마리드블랑·더채플앳청담·스칼라티움·Y타워·더포레…
노린내 풍기는 낯선 이름들
요즘 취향이 다 이런가 보다
가까스로 루드불랑(Rue de Blanc : 순백의 길)을 찾아
혼주의 얼굴만 잠시 보고
식권을 받아들고 식당에 들어가
낯선 손님들과 섞여 앉아
진행되는 예식을 스크린에서 힐끔힐끔
스테이크에 국수를 먹으며 생각한다
이러다간 머잖아 신랑 신부의 이름도
안토니나 로라로 바뀌는 게 아닐까?
사람의 이름뿐만 아니라
거리며 강이며 산의 이름도
서양물이 들어갈지 모르겠다
소월로가 지드-스트리트로
한강이 한-세느로
북한산이 그린-알프스로
세계연방국이 되어도 괜찮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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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자연과 시의 이웃들
글쓴이 : 운수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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