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스크랩] 외로운 초인 / 임보

운수재 2018. 3. 2. 07:35



외로운 초인(超人) / 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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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적으로도 적잖이 알려져 있는

80대의 원로 고은 시인이 규탄을 받고 있다

술좌석에 합석한 여류를 상습적으로 성희롱했다며

괴물이라고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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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류는 이어서 또 폭로하기를

모 술집에 혼자 들어온 괴물시인이 의자에 누워

지퍼를 열고 자신의 물건을 만지작거리며 자위를 하다가

손님인 여성들을 유혹했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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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황으로 보아 취중에 한 행동으로 보이지만

이는 분명 상식을 넘어선 비호감적인 행위인 건 분명하다

나 같은 졸장부는 열 번 죽었다 깨어나도 할 수 없는

충격적인 대담한 퍼포먼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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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혹시 그럴 만한 용기가 있는가?

천만에, 그런 행위는 아무나 할 수 없다

세상의 이목을 의식하지 않는 초연한 사람에게나 가능하다

관습과 세속적 가치를 벗어난 초탈의 경지에 든 사람,

어떠한 것에도 거리낌이 없는 무애행(無碍行)이다!

원시적 천진성을 잃지 않고 있는 원형적 인간의 행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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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자신의 이름 앞에 ()’을 얹어

유아독존(唯我獨尊)의 허장성세를 부리기도 했다

보통의 시인들에겐 몇십 명의 인물시 쓰기도 버거운데

만인의 생애를 들추겠다고 덤벼든 것만 봐도

그의 배포와 스케일이 얼마나 대단한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그가 남긴 많은 기벽들은 어쩌면

세상을 자신의 으로 까뭉개겠다는 호기(豪氣)였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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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처럼 보인 그는 외로운 초인이다!

그와 세상의 싸이클이 맞지 않아

세상은 그를 품기엔 아직 너무 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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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자연과 시의 이웃들
글쓴이 : 운수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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