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스크랩] 네루다의 질문에 대한 대답 / 임보

운수재 2019. 2. 26. 09:14



네루다의 질문에 대한 대답

―「우리는 질문하다가 사라진다에 화답함 

                                                                       임 보

 

 

도마뱀은 딸기밭에서 물감을 사 오고

소금은 물고기 비늘에서 투명함을 빌어 오며

석탄은 천만 년의 잠 속에서 얼굴을 태운다

 

꿀벌은 엄마 젖꼭지에서 꿀의 맛을 처음 맡고

솔은 봄꽃들에 주눅들어 제 향기를 결심하고

오랜지는 보름달을 보며 둥근 믿음을 배우고

연기는 굴뚝을 빠져나오며 공중을 나는 법을 익히고

뿌리들은 목이 마를 때 서로를 도닥이며 이야기를 나눈다

 

별들은 한밤중 은두레박으로 샘물을 길어올리고

전갈은 낙타의 발굽에 맞서려 매운 독을 품게 되고

거북이는 온종일 물에 떠 명상하며 해탈을 꿈꾸고

그늘이 사라지는 곳은 어디일까? 빛의 입 속이다

 

빗방울이 부르는 노래는 물과 바람의 판타지

새들이 마지막 눈을 감은 곳은 열반의 언덕

나뭇잎이 초록인 건 꽃들에게 고운 색을 양보함이고

 

우리가 알고 싶은 건 끝도 없어

열심히 묻고 배우고 하건만

그래도 세상은 모르는 것 투성이라고?

그래서 단지 질문하다 사라질 뿐이라고?

그러니 세상은 얼마나 살 만한 곳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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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자연과 시의 이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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