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루다의 질문에 대한 대답
―「우리는 질문하다가 사라진다」에 화답함
임 보
도마뱀은 딸기밭에서 물감을 사 오고
소금은 물고기 비늘에서 투명함을 빌어 오며
석탄은 천만 년의 잠 속에서 얼굴을 태운다
꿀벌은 엄마 젖꼭지에서 꿀의 맛을 처음 맡고
솔은 봄꽃들에 주눅들어 제 향기를 결심하고
오랜지는 보름달을 보며 둥근 믿음을 배우고
연기는 굴뚝을 빠져나오며 공중을 나는 법을 익히고
뿌리들은 목이 마를 때 서로를 도닥이며 이야기를 나눈다
별들은 한밤중 은두레박으로 샘물을 길어올리고
전갈은 낙타의 발굽에 맞서려 매운 독을 품게 되고
거북이는 온종일 물에 떠 명상하며 해탈을 꿈꾸고
그늘이 사라지는 곳은 어디일까? 빛의 입 속이다
빗방울이 부르는 노래는 ‘물과 바람의 판타지’
새들이 마지막 눈을 감은 곳은 열반의 언덕
나뭇잎이 초록인 건 꽃들에게 고운 색을 양보함이고…
우리가 알고 싶은 건 끝도 없어
열심히 묻고 배우고 하건만
그래도 세상은 모르는 것 투성이라고?
그래서 단지 질문하다 사라질 뿐이라고?
그러니 세상은 얼마나 살 만한 곳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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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자연과 시의 이웃들
글쓴이 : 운수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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