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풍경·6
―택배
임보
우리집엔
우편물이며 택배가 자주 온다
조치원의 처제가 사흘이 멀다고
야채며 나물이며 된장 고추장
심지어는 휴지까지 보낸다
먼 지방에 사는 문우들이 철 따라
두릅이며 취를 따 보내기도 하고
갯가의 친구는 맛깔스런 젓갈을
과원지기 벗은 과일을 부치기도 한다
그런데 나를 가장 당황케 하는 택배는
101세에 접어든 광주의 빙모님께서
당신께 들어온 굴비를 모아 두셨다가
서울의 큰사위 멕이겠다고 싸보낸 것이다
이런 절절한 사랑이라니…!
그분은 이렇게 몸소 사랑을 가르치시며
자네는 아직 한참 멀었어 하고
내 어깨를 다독이고 있는 것만 같다
아내는 우리집 현관에
배달부와 택배 아저씨를 위한 음료수를
따로 늘 마련해 두고 있다
우리들의 부끄러움을 조금이나 덜어 보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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