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우리집 풍경 7 --어떤 전화

운수재 2020. 4. 27. 02:32



우리집 풍경·7

어떤 전화

                                           임보

  

  

한가한 내 휴대폰이 모처럼 울린다

매실주를 한잔 하다 말고 받는다

 

, 아무개예요! 호호호 아시겠어요?

, 잘 알고 있지요. 오랜만입니다!

 

몇 십 년 전에 교류를 하다가

소식이 뚝 끊겼던 여류 시인이다

 

통화의 내용은 상당히 길었지만

이를 간추리면 대강 이렇다

 

모처럼 시집을 한 권 출판했는데

그 시집의 판매 대금 전액을

 

멕시코의 빈민 구제를 위해

보내기로 약정을 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내 주소를 확인하고

시집을 우송해도 되겠느냐고 묻는다

 

한국에도 돌봐야 할 어려운 이들이 많을 텐데

멕시코까지 배려를 하는 게 대단타고 했지만

 

그 시집 별로 읽고 싶지 않다는 말을

차마 할 수는 없었다.

 

==================================== 

 


'신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집 풍경 9 ---운수재  (0) 2020.04.29
우리집 풍경 8 --족보  (0) 2020.04.28
우리집 풍경 6--택배  (0) 2020.04.26
우리집 풍경 4 --어느 수요일  (0) 2020.04.25
우리집 풍경 5 --다이어트  (0) 2020.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