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풍경·9
―운수재
임보
운수재(韻壽齋)는 내 집의 당호다
‘시가 오래 가는 집’이란 뜻
우이동의 삼각산 밑 동네인데
소속은 도봉구로 되어 있고
새주소는 삼양로로 표시된다
80여 평의 대지에 세운 2층 양옥인데
운수재에 기거한 지 근 반 세기
이젠 낡아서 여기저기 비가 새기도 한다
현관, 마루, 안방, 건넌방, 2층
헌 책들이 온통 점령해서 숨이 막힌다
인가(人家)가 아니라 서고(書庫)라고 할까?
책들이 사람들을 밀어내고 있다
별로 쓸모도 없는 시집 나부랭이들
저놈들을 어떻게 처치한다?
요즘 내가 안고 있는 큰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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