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운수재 풍경 13 --액자들

운수재 2020. 5. 3. 07:51




운수재 풍경·13

액자들

                                                     임보

 

 

현관 전면엔 내가 그린 비파(枇杷*

현관 우측엔 설봉의 산수도*

 

거실 좌측엔 내 조부님을 기린 후은기(後隱記)*가 걸려 있고

안쪽엔 운영실주인(雲影室主人)도원홍의도(桃源紅衣圖)*

피안의 도원경을 그윽하게 품고 있다

 

안방 좌벽엔 구용 시인이 쓴 천장지구(天長地久),

안방 우측 책장 위엔 김용직 교수가 쓴 내 시 꽃새*,

후벽엔 운정(芸丁)*금강산도두 폭이 걸려 있다

 

이층 계단 좌벽엔 박흥순의 우이문우도*

우벽엔 친구 도곡(道谷)이 쓴 내 시 운주천불*

 

층계참엔 이만익의 유화 비각(碑閣)그리고

작자 미상의 글씨 壽如蓬萊一仙翁*

 

좌벽엔 손기평 화백의 내 낮잠* 시화

그리고 두 마리의 사슴을 그린

설화산방(雪華山房)*의 동양화가 걸려 있다.

 

 

------------------------------------------------

1) 비파 : 비파를 한 번도 본 적 없는 내가 30대 초에 그린 서툰 그림.

2) 雪峰 張永哲 화가, 고수.

3) 후은기 : 李敎儀 선생이 내 조부님을 기려 쓰신 글.

4) 도원홍의도 : 박종기 화백이 그려준 그림인데, 도원의 한 중앙에

홍의를 걸친 나를 앉혀두고 있다.

5) 졸시 꽃새: 늦 정월 떼눈 속에/ 타는 동백꽃/ 꽃불에 입 녹이다/ 조는 동박새.

6) 운정 : 동양화가 정완섭(鄭完燮 1922~1978).

7) 우이문우도 : 박흥순 화백이 그린 우이동시인들 4인방(이생진 임보 채희문 홍해리).

8) 김태정 글씨. 운주천불그 옛날 백제 고을 멍텅구리 숙맥들/ 개똥이 쇠똥이놈 떼로들 부처 되어/

이목구비 수족 불알 다 뭉개버리고/ 온 산천에 널부러져 흘러가고들 있네.

98) 수여봉래일선옹 : 봉래산의 신선 노인처럼 오래 살라는 글인데 누가 쓴 글씨인지 미상.

10) 낮잠: 한 일 년쯤 내다보고 사는 자는/ 돈을 모으고// 한 십 년쯤 미리 보고 사는 자는/

나무를 심고// 한 백 년쯤 보고 가는 자는/ 시를 쓰고// 한 천 년쯤의 긴 혜안을 가진 자는/

늘어지게 낮잠만 잔다.

11) 미상.

 

 


'신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운수재 풍경 15 -- 문갑  (0) 2020.05.05
운수재 풍경 --서재  (0) 2020.05.04
우리집 풍경 12 --안방의 책장  (0) 2020.05.02
우리집 풍경 11 --가훈, 좌우명  (0) 2020.05.01
우리집 풍경 10 -- 거실  (0) 2020.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