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수재 풍경·13
― 액자들
임보
현관 전면엔 내가 그린 「비파(枇杷」*
현관 우측엔 설봉의 「산수도」*
거실 좌측엔 내 조부님을 기린 「후은기(後隱記)」*가 걸려 있고
안쪽엔 운영실주인(雲影室主人)의「도원홍의도(桃源紅衣圖)」*가
피안의 도원경을 그윽하게 품고 있다
안방 좌벽엔 구용 시인이 쓴 「천장지구(天長地久)」,
안방 우측 책장 위엔 김용직 교수가 쓴 내 시 「꽃새」*,
후벽엔 운정(芸丁)*의 「금강산도」 두 폭이 걸려 있다
이층 계단 좌벽엔 박흥순의 「우이문우도」*
우벽엔 친구 도곡(道谷)이 쓴 내 시 「운주천불」*
층계참엔 이만익의 유화 「비각(碑閣)」 그리고
작자 미상의 글씨 「壽如蓬萊一仙翁」*
좌벽엔 손기평 화백의 내 「낮잠」* 시화
그리고 두 마리의 사슴을 그린
설화산방(雪華山房)*의 동양화가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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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비파 : 비파를 한 번도 본 적 없는 내가 30대 초에 그린 서툰 그림.
2) 雪峰 張永哲 화가, 고수.
3) 후은기 : 李敎儀 선생이 내 조부님을 기려 쓰신 글.
4) 도원홍의도 : 박종기 화백이 그려준 그림인데, 도원의 한 중앙에
홍의를 걸친 나를 앉혀두고 있다.
5) 졸시 「꽃새」: 늦 정월 떼눈 속에/ 타는 동백꽃/ 꽃불에 입 녹이다/ 조는 동박새.
6) 운정 : 동양화가 정완섭(鄭完燮 1922~1978).
7) 우이문우도 : 박흥순 화백이 그린 우이동시인들 4인방(이생진 임보 채희문 홍해리).
8) 김태정 글씨. 「운주천불」그 옛날 백제 고을 멍텅구리 숙맥들/ 개똥이 쇠똥이놈 떼로들 부처 되어/
이목구비 수족 불알 다 뭉개버리고/ 온 산천에 널부러져 흘러가고들 있네.
98) 수여봉래일선옹 : 봉래산의 신선 노인처럼 오래 살라는 글인데 누가 쓴 글씨인지 미상.
10) 「낮잠」: 한 일 년쯤 내다보고 사는 자는/ 돈을 모으고// 한 십 년쯤 미리 보고 사는 자는/
나무를 심고// 한 백 년쯤 보고 가는 자는/ 시를 쓰고// 한 천 년쯤의 긴 혜안을 가진 자는/
늘어지게 낮잠만 잔다.
11) 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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