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수재 풍경·15
― 문갑
임보
안방의 창밑에 기다란 문갑이 놓여 있다
전에는 그 위에 문방사보는 아니더라도
도자기며 수석 난초 등속을 올려놓고 지낸 적도 없지 않았다
그런데 언제부터선가 이놈들은 다 밀려나고
50인치 텔레비전이 등장하면서 그놈의 받침대가 되었다
속은 아내가 쓰다버린 자질구레한 물건들의 창고로 전락하고…
선비의 방에 있어야 할 놈인데
어쩌다 주인을 잘못 만나 대우를 못 받는다 싶어
짠한 마음이 없지도 않다
사람이고 물건이고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팔자가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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