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水石)
―운수재 풍경·21
임보
30대 초반 한때 수석에 미쳐
매주 주말이면 청량리역에서
야간열차를 타고 단양엘 찾아갔다
충주호에 물이 차기 전
아침 이슬에 젖은 남한강변의 자갈들은
뜨는 햇살을 받아 보석처럼 황홀했다
그때 물정도 모르고 주워왔던
청평, 단양, 목계, 양수리 등의 돌들이
운수재의 마당에 여기저기 널려 있다
그대로 내버려 두었더라면
댐의 깊은 물 속에 편안히 들앉었을 그들이
내 손에 끌려와 지상에서 고행을 하고 있다
빛깔 바랜 그 돌들이
참 안쓰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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