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송(龍松) / 임보
운수재* 거실엔 70cm쯤 되는 단단한 나뭇가지가
붉은 끈에 매달려 벽에 걸려 있다
처음 보는 분들은 사슴의 뿔인가 여기다가
소나무 가지라고 일러주면 신기해한다
괴산 삼송리에 왕소나무를 뵈러 간 적이 있었다
수령 600년, 높이 13.5m 둘레 4.7m의 거송
거대한 용이 꿈틀거리며 지상을 박차고 오를 것 같은
신비로운 느낌을 주는 용송(龍松)이었다
그런데 그 소나무 곁에
전지(剪枝)한 가지들을 쌓아둔 무더기가 있었는데
우리 집에 걸린 이 소나무 뿔가지는
그 더미에서 내가 가져온 용송의 관솔가지다
1982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던 그 용송은
2012년 8월 28일 태풍 볼라벤에 의해 쓰러지고 말았다
그는 그렇게 우리 곁을 떠나 다시는 그 위용을 볼 수 없지만
그의 유해(遺骸) 한 부분은 운수재의 거실에 아직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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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수재(韻壽齋) : 임보의 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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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른솔문학> 21년 봄호
괴산 왕소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