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용송(龍松) / 임보

운수재 2021. 3. 15. 14:44

용송(龍松)  /    임보

 

운수재* 거실엔 70cm쯤 되는 단단한 나뭇가지가

붉은 끈에 매달려 벽에 걸려 있다

 

처음 보는 분들은 사슴의 뿔인가 여기다가

소나무 가지라고 일러주면 신기해한다

 

괴산 삼송리에 왕소나무를 뵈러 간 적이 있었다

수령 600년, 높이 13.5m 둘레 4.7m의 거송

 

거대한 용이 꿈틀거리며 지상을 박차고 오를 것 같은

신비로운 느낌을 주는 용송(龍松)이었다

 

그런데 그 소나무 곁에

전지(剪枝)한 가지들을 쌓아둔 무더기가 있었는데

 

우리 집에 걸린 이 소나무 뿔가지는

그 더미에서 내가 가져온 용송의 관솔가지다

 

1982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던 그 용송은

2012년 8월 28일 태풍 볼라벤에 의해 쓰러지고 말았다

 

그는 그렇게 우리 곁을 떠나 다시는 그 위용을 볼 수 없지만

그의 유해(遺骸) 한 부분은 운수재의 거실에 아직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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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수재(韻壽齋) : 임보의 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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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른솔문학> 21년 봄호

 

괴산 왕소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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