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마을
임 보
약국을 하는 김 씨가 자신의 가게 앞에 빈 의자를 하나 내놓았다.
걷기 힘겨운 이들을 생각고 쉬어 가라는 배려다.
어떤 때는 지팡이를 짚고 가는 노인이 앉았다 가기도 하고
어떤 때는 임신부가 쉬었다 가기도 하고
어떤 때는 무거운 보따리를 이고 가던 아주머니가
짐을 올려놓고 잠시 쉬어 가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노숙인인 듯싶은 사람이 머물다 가기도 한다.
한 달쯤 지난 뒤
길 건너 정육점 앞에도 새 의자가 하나 놓였다.
그리고 며칠 뒤에는 설렁탕집 앞에도 긴 의자가 놓였다.
그러자 그 옆 가게 앞에도
그 옆옆 가게 앞에도
새로운 의자들이 연방 태어났다.
이렇게 의자들이 자꾸 새끼를 낳아
그 마을은 세상에서 가장 의자를 많이 가진
아름다운 의자마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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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시 22-9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