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탈
임보
날이 갈수록 내 속이 텅 비어간다
만났던 사람들의 이름과 얼굴
읽었던 책들의 제목과 내용
보았던 고장의 산하
말이며 글자
그것들이 있었던 자리가
휑하니 비어간다
이러다가
본이 아니게
해탈의 경지에 들어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염불도 모르는 내가
어떻게 탈속하여
생불이 되려는 모양인가?
절도 없는데
이 부처를 어디에 모신단 말인가?
참 답답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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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산맥> 22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