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서울 촌놈

운수재 2022. 10. 24. 11:26

서울 촌놈

                                          임 보

 

 

나는 전라도에서 태어나긴 했지만

20대에 일찍 서울로 올라왔으니

지금까지 한 60년 한양에서 산 셈이다

그러니 서울놈이라고 할 만도 하다

 

반세기 넘게 서울에서 살기는 했지만

주로 삼각산 밑 우이동 골짜기에서

산이나 쳐다보며 그렁저렁 지냈으니

산골 촌놈이나 다를 바가 별로 없다

 

가끔 서울 한복판쯤엘 나가보노라면

도심에 고충건물들이 하늘을 찌르고

곳곳에 아파트의 숲들이 들어서서

어느 이국에 온 것처럼 낯설기만 하다

 

한강이 변하고 남산이 변하고

종로가 바뀌고 세종로가 바뀌고

광화문, 서대문, 미아리, 박석고개

상전벽해도 이렇게 달라질 수가 없다

 

노인들은 복잡한 길 찾기도 힘들고

젊은이들 빠른 말 알아듣기도 어렵고

외래어 간판들하며, 낯선 서양 음식들

서울촌놈! 꿔다놓은 보릿자루 신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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