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촌놈
임 보
나는 전라도에서 태어나긴 했지만
20대에 일찍 서울로 올라왔으니
지금까지 한 60년 한양에서 산 셈이다
그러니 서울놈이라고 할 만도 하다
반세기 넘게 서울에서 살기는 했지만
주로 삼각산 밑 우이동 골짜기에서
산이나 쳐다보며 그렁저렁 지냈으니
산골 촌놈이나 다를 바가 별로 없다
가끔 서울 한복판쯤엘 나가보노라면
도심에 고충건물들이 하늘을 찌르고
곳곳에 아파트의 숲들이 들어서서
어느 이국에 온 것처럼 낯설기만 하다
한강이 변하고 남산이 변하고
종로가 바뀌고 세종로가 바뀌고
광화문, 서대문, 미아리, 박석고개
상전벽해도 이렇게 달라질 수가 없다
노인들은 복잡한 길 찾기도 힘들고
젊은이들 빠른 말 알아듣기도 어렵고
외래어 간판들하며, 낯선 서양 음식들
서울촌놈! 꿔다놓은 보릿자루 신세다
'신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왜 그러셨어요? (0) | 2022.11.01 |
---|---|
가을 소식들 / 임보 (0) | 2022.10.28 |
세상이 나를 까뭉개다 (0) | 2022.10.23 |
대통령 입후보자 자격 공고 (0) | 2022.10.23 |
휴대폰 (0) | 2022.09.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