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시

[채근시] 자연 속의 삶 31-35 / 임보

운수재 2006. 3. 2.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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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근시] 자연 속의 삶 31-35 /  임보

 

31

주렴 밖 청산(靑山) 녹수(綠水)는 자연의 진면목이요

숲 속의 뭇 새들은 망중한(忙中閑)의 벗이로세.



* 주렴을 걷고 운무가 생멸하는 산천을 보면서 자연의 섭리를 느끼기도 하고,

  계절에 따라 달리 깃들이는 새들을 보면서 인간의

  삶도 그들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깨닫고 친근함을 느낀다.




32

대 그림자 섬돌 위를 쓸어도 티끌은 움직이지 않고

달빛이 못을 뚫어도 물에는 자취가 없다.



* 텅빈 허정(虛靜)의 마음은 마치 그림자와 같은 것일까.

  그 마음은 사물에 가 닿아도 사물을 상하게 하지 않는다.

  또한 그 마음은 물에 비친 달빛과 같아서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는다.

  있지만 없는 것 같은 투명한 존재 그것이 도인의 참 모습일지 모른다.




33

솔바람 물소리는 자연의 풍악(風樂)이요

운무산천(雲霧山川)은 천연의 문장(文章)이라.



*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이 지극하면

  솔바람 물소리와 같은 자연의 소리가

  인위적인 어떠한 음악에 못지않은 아름다운 소리임을 느낄 것이요,

  자연의 풍광은 인간이 만든 어떠한 문장보다도

  심오한 의미를 담고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34

권세의 퇴락을 보면서도 칼날을 자랑하고

한 목숨 덧없음을 알면서도 황금에 눈이 멀다

사람 마음 잡기 짐승 길들이기보다 어렵고

사람 욕심 줄이기 산을 헐기보다 어렵다.



* 한때 권력을 누리던 무리들이 몰락하여 얼마나 참담하게 되는지

  역사는 우리에게 잘 보여주고 있다.

  권세의 자리에 있지 않으면 그러한 불행을 겪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도 세상 사람들은 그런 권세를 탈취하기 위해

  혹은 지키기 위해 칼날을 갈기에 바쁘다.

  세상을 떠난 이에게 황금이 무슨 소용이겠는가?

  그런데도 사람들은 한평생 황금 모으기에 여념이 없으니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사람 마음 바로잡고 욕심 덜기가 참 어렵고 어려운 일인가 보다.




35

심성(心性)이 고요하면 대하는 것마다 아름답고

천성(天性)이 어질면 가는 곳마다 평화롭다.



* 욕망을 가라앉히고 고요한 심성으로 사물을 대하면 번뇌가 일어날 까닭이 없다.

  그래서 만나는 것마다 기쁨을 얻고 가는 곳마다 화평을 심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