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시] 도를 찾는 삶 51-55 / 임보
51
속세를 벗어나는 길은 사람들을 떠나 홀로 숨는 데 있지 않고
마음을 깨치는 공부는 욕심을 끊어 마음을 식은 재처럼 하는 데 있지 않다.
* 속세를 벗어난다고 해서 산속에 숨는 것은 옳지 않다.
탈속(脫俗)은 세상의 더러움을 벗어나는 것이지 세상을 벗어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욕망이 마음공부에 장애가 된다고 해서
모든 욕망을 다 끊어 마음이 식은 재처럼 되게 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설령 그런 상태에서 어떤 깨달음을 얻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온전한 깨달음일 수 없다.
그것은 사람의 깨달음이 아니라 식은 재의 깨달음일 터이니 말이다.
52
몸을 항상 한가한 곳에 두면
영욕(榮辱)과 득실(得失)도 나를 어긋나게 못하고
마음을 늘 고요한 속에 있게 하면
이해(利害)와 시비(是非)도 나를 어지럽히지 못한다.
* 영욕과 득실 때문에 우리의 몸은 늘 분망하고,
이해와 시비를 따지느라고 우리 마음은 늘 번거롭다.
그러니 우리의 심신을 늘 고요한 가운데 한가함을 잃지 않도록 한다면,
영욕 득실과 이해 시비로부터 우리를 지킬 수 있을 것이다.
53
일자무식(一字無識)이라도 아름다운 정서를 지닌 이는
시인의 참된 정취를 누릴 수 있고
게송(偈頌) 한 구절 몰라도 선(禪)의 묘미를 아는 이는
세상의 깊은 이치를 깨닫는다.
* 정서적인 삶은 지식이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비록 글자를 모르더라도 아름다운 정서를 지닌 이는 시적인 정취를 누리며 살 수 있다.
세상의 이치를 깨닫는 일도 지식이 별로 문제되지 않는다.
비록 게송 한 구절 암송하지 못할지라도 선의 묘미에 눈이 트인 사람은
문득 도를 깨닫기도 한다.
54
마음이 흔들리면
활 그림자도 뱀으로 보이고 누운 바위도 엎드린 범으로 보인다
마음이 가라앉으면
범도 친구로 삼을 수 있고 개구리 울음도 풍악으로 들을 수 있다.
* 마음이 불안하면 감각도 혼란을 일으키기 쉽다.
하찮은 사물들이 두려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마음이 가라앉게 되면 비록 두려운 존재를 보아도 그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고,
비록 보잘것없는 미물에게서도 그 존재의 아름다움을 새삼 느끼게 된다.
55
머리카락 빠지고 이[齒] 성겨지는 것에 애태우지 말라.
새 노래하고 꽃이 웃는 것처럼 이 또한 자연의 모습이려니
* 나이 들면 육신이 늙거늘 이를 너무 애석해 할 일이 아니다.
봄이면 꽃이 피어나고 가을이면 잎이 지는 계절의 순환처럼
이 또한 자연스러운 일일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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