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물 / 임보
왕거미 한 놈이 줄을 드리고 있는 곁에
나도 그물을 하나 쳐 놓고 기다린다
얼마를 기다렸던가
해는 뉘엿뉘엿 서산에 기우는데
걸려드는 놈이 없다
잠시 졸았는가 싶은 순간에
그물이 출렁거린다
노루가 한 마리 걸려들었다
그러자 하늘을 빙빙 갈고 있던 독수리 놈이
날쌔게 노루를 향해 몸을 꽂아 내리다가
그놈도 덩달아 걸려들었다
그놈들의 목을 치려고
도끼 자루를 잡아 치켜올렸더니
쇠붙이만 땅에 떨어진다
생나무 자루가 어느덧 썩었던가 보다
그러자 독수리란 놈
그물의 고리를 물어뜯어
잡힌 노루를 풀어 주고는
다시 하늘로 치솟아 오르는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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