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보시집들/구름 위의 다락마을

[선시] 비천(飛天) / 임보

운수재 2007. 2. 20. 11:09

비천(飛天)  /  임보

 

홍호(紅湖)는

사방 천 리가 넘는 큰 호수다

파란 물 속에

붉은 산호(珊瑚)의 숲이

노을처럼 피어 있다

물가의 숲에는

인월(引月)이라는 노인이 살고 있는데

용(龍)을 부리는 자다

 (뱀을 길들여 용을 만든다고도 한다)

그가 젓대를 불면

용의 무리들이 물 밑에서 솟아

머리를 내밀기도 하고

구름 속에 묻혀 있던 놈들은

물 위로 내려 앉기도 한다

사슴의 뿔에

말의 갈기

금빛 박쥐의 날개를 달고 있는데

그가 용의 목에 올라

갈기를 잡고 하늘을 날 땐

다투어 그 뒤를 좇는 용의 무리들로

솟아오른 홍호(紅湖)의 물결이

하늘의 달을 삼켜버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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