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보시집들/구름 위의 다락마을

[선시] 병(甁) / 임보

운수재 2007. 2. 23. 09:38

 

병(甁)   /   임보

 

와우(蝸牛)라는 자는

 

호리병 하나만 차고

 

산하(山河)를 흘러다니고 있다

 

시장하면 병을 기울여

 

술로 목을 적시고

 

졸리우면 병 속에 기어들어

 

잠을 잔다

 

그 작은 병 속에 어떻게 들어간단 말인가

 

그런데 병 속엔 혼자만이 아니라는 소문도 있다

 

허기사

 

마셔도 마셔도 바닥이 나지 않는 걸 보면

 

그 속에 누가 들어앉아서

 

노상 술을 빚어대고 있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