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竹音) / 임보
초당(草堂)의 대밭 그늘 곁에
열흘쯤 앉아 소리를 기다려도
울릴 기색이 없다
차를 끓이는 동자에게
어이된 일인가 물으니
속기(俗氣)가 어리면
소리가 숨는다고 한다
하는 수 없이 자리를 떠
한 서너 마장 갔을까
그제서야
무슨 향내 같기도 한 청음(淸音)이
내 코와 귀를 잡아매는데
문득 깃 치는 소리 있어 하늘을 보니
한 떼의 봉황의 무리들이
초당의 대밭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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