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보시집들/구름 위의 다락마을

[선시] 죽음(竹音) / 임보

운수재 2007. 2. 16. 08:42

 

 

죽음(竹音)  /  임보

 


초당(草堂)의 대밭 그늘 곁에

 

열흘쯤 앉아 소리를 기다려도

 

울릴 기색이 없다

 

차를 끓이는 동자에게

 

어이된 일인가 물으니

 

속기(俗氣)가 어리면

 

소리가 숨는다고 한다

 

하는 수 없이 자리를 떠

 

한 서너 마장 갔을까

 

그제서야

 

무슨 향내 같기도 한 청음(淸音)이

 

내 코와 귀를 잡아매는데

 

문득 깃 치는 소리 있어 하늘을 보니

 

한 떼의 봉황의 무리들이

 

초당의 대밭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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