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보시집들/구름 위의 다락마을

[선시] 우공

운수재 2007. 3. 12. 08:09

 

 

 

우공(羽公)  /    임보



조령(鳥嶺)이란 산 밑에는

새를 치며 살고 있는 우공(羽公)이란 자가 있는데

코가 새의 부리처럼 비죽히 나오고

손과 발의 등에 털이 깃처럼 보송보송 솟아 있다.

그는 평생을 수수나 조밭을 일구며 지내는데

아직 곡식을 한번도 거두어 본 적이 없다.

이미 익기도 전에 새들이 다 나누어 갖기 때문이다.

이제는 새들도 그의 뜻을 대강 짐작하고

그가 움직이는 곳마다 무리를 지어 하늘을 도는데

혹 밭두렁에서 낮잠이라도 들라치면

날개로 햇살을 가려

그의 얼굴에 그늘을 짓기도 한다.







자연과 시의 이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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