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보시집들/구름 위의 다락마을

[선시] 목화밭

운수재 2007. 3. 15. 10:07

 


 

목화밭 /   임보


목화밭이 십여 리 벋어 있다.

김매는 자들이 밭이랑에 떼를 지어 우굴거리기에

가까이 가 보았더니

사람이 아니라 원숭이 무리가 아닌가.

토숙(土叔)이란 자가 원공들을 길들여

목화 농사를 하고 있는데

놈들은 실도 뽑고

베도 짤 줄 안다고 한다.

사람들이 옷을 귀찮게 여겨 밭을 버려 두자

원공들을 달래 그렇게 하고 있는데

베를 가져가는 사람이 많지 않으니

이 가을엔 우선 저놈들에게

잠방이라도 해 입힐까 보다고

토숙(土叔)은 소처럼 웃고 있다.







자연과 시의 이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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