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화밭 / 임보
목화밭이 십여 리 벋어 있다.
김매는 자들이 밭이랑에 떼를 지어 우굴거리기에
가까이 가 보았더니
사람이 아니라 원숭이 무리가 아닌가.
토숙(土叔)이란 자가 원공들을 길들여
목화 농사를 하고 있는데
놈들은 실도 뽑고
베도 짤 줄 안다고 한다.
사람들이 옷을 귀찮게 여겨 밭을 버려 두자
원공들을 달래 그렇게 하고 있는데
베를 가져가는 사람이 많지 않으니
이 가을엔 우선 저놈들에게
잠방이라도 해 입힐까 보다고
토숙(土叔)은 소처럼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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