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보시집들/구름 위의 다락마을

[선시] 오동을 기르는 자

운수재 2007. 3. 8. 07:28

 



오동을 기르는 자   /  임보



수정(水晶)인듯 맑은 살결에

옥매(玉梅)의 고운 눈빛이다.

더벅머리 동자(童子) 하나가

동산만 한 아름드리 오동 밑에

표주박으로 물을 담아다 붓고 있다.

저 큰 나무에

하찮은 그 물이 무슨 소용인가 했더니

삼백 년을 길렀는데도 아직

봉황이 깃들지 않는다고

빙긋이 웃고만 있다.

이 고을에선 도대체

얼굴빛만으론 그 나이를 가늠할 수가 없다.

 

 






자연과 시의 이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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