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월사(雲月寺) / 임보
운월사에 오르는 길은 돌계단인데
무척 가파르고 높기도 하다.
한 노승이 사슴을 몰고
가쁜히 밟아 오르기에
나도 뒤를 따랐는데
겨우 십여 계단 올랐을까
다리가 떨리고 숨이 막혀 오를 수가 없다.
그들은 이미 까마득히 사라져 가는데
둬 개 오르다 쉬고
또 둬 개 오르다 쉬고
한나절을 그렇게 올랐던가
드디어 백여덟 개의 마지막 계단 끝에
올라서자
산의 이마가 구름에 닿아
맑게 드러날 뿐
거기엔 아무것도 없다.

자연과 시의 이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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