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보시집들/구름 위의 다락마을

[선시] 운월사

운수재 2007. 3. 16. 08:47

 


 


운월사(雲月寺)   /    임보



운월사에 오르는 길은 돌계단인데

무척 가파르고 높기도 하다.

한 노승이 사슴을 몰고

가쁜히 밟아 오르기에

나도 뒤를 따랐는데

겨우 십여 계단 올랐을까

다리가 떨리고 숨이 막혀 오를 수가 없다.

그들은 이미 까마득히 사라져 가는데

둬 개 오르다 쉬고

또 둬 개 오르다 쉬고

한나절을 그렇게 올랐던가

드디어 백여덟 개의 마지막 계단 끝에

올라서자

산의 이마가 구름에 닿아

맑게 드러날 뿐

거기엔 아무것도 없다.

 




 



자연과 시의 이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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