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 / 임보
월정(月汀)이란 마을의 동구 앞에 이르렀더니
한 노인이 대나무 그늘 아래서
무엇인가를 꿰메고 있다
죽은 비둘기의 터진 등짝을 붙이는 중이었다
독수리 발톱에서 앗아 왔는데
혼이 놀라 벌써 육신을 떠났다고 한다
그런데 이 어인 일인가
죽어 있던 비둘기가 갑자기 날개를 퍼덕이며
노인의 손을 떠나 하늘로 치솟아 오른다
그러자
비둘기를 놓친 노인이 비그르르 모로 쓰러졌다
죽은 비둘기는 살아 하늘로 날으고
산 노인은 숨을 거두고 눈을 감았다
이 무슨 봉변이란 말인가
그런데 얼마나 지났던가
하늘로부터 깃 치는 소리와 함께
한 마리 새가 내려왔다
죽은 노인의 가슴에 내려 앉는 새는
날아갔던 그 비둘기가 아닌가
그러자 노인이 눈을 다시 뜬다
자리를 털고 일어서는 노인에게
어이된 영문인가 물었더니
잠시 새의 몸 속에 들어가
떠도는 새의 혼을 붙잡아 데불고 왔노라고 한다
새는 다시 숲으로 날아가고
노인은 저벅저벅 마을로 들어간다.

자연과 시의 이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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