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보시집들/자연학교

와송

운수재 2007. 5. 24. 06:48

 

 

와송(臥松)  /   임보

 

 

누워 있는 솔을 보았는가

세상에는 그런 것도 있데

선암사(仙巖寺) 삼성각(三聖閣) 앞 연못가에

몇 백 년 묵은 소나무 한 놈

비늘 몸뚱이 꿈틀대며

용(龍)의 시늉으로 누워 있데

그런데 말이시

솔이 누우니까 세상이 변하데

서 있는 솔만 보던 사람들이

이놈 주위에 몰려들어

등을 어루만져 주기도 하고

허리를 받쳐 주기도 하고

어깨며 목을 괴어 주기도 하고

그렇게 야단 정성일 수가 없데

그놈을 한참 들여다보고 있다가

문득 세상사는 한 법도를 깨쳤네

우리 인생도 말이시

남들 뒤나 허둥대며 바삐 좇아갈 것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놈들이 달려가면

홀로 주저앉아도 보고

세상의 모든 놈들이 서 있을 땐

홀로 누워도 보노라면

누가 아는가 혹

그대도 누구의 눈에 들어

받침도 받고

괴임도 받으며

그렇게 호강일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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