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모도(席毛島) 풍경 / 임보
강화(江華) 외포리(外浦里)에서
석모도 갯가를 오가는 나룻배는
수천 마리의 갈매기들이 밀고 다닌다
보통 때는 갯벌에 주저앉아서
먹이를 파고 있다가도
혹은 물결에 몸을 맡기고
한가하게 놀고 있다가도
배가 닻을 들어
떠나갈 의사를 보이기만 하면
수천의 갈매기들은 일시에 날아들어
곧은 날개 바람으로
배의 뒷전을 밀어붙이기도 하고
굳은 부리와 물갈퀴로
파도를 끌어당기기도 하면서
그들의 몸뚱이보다 몇 만 배나 무거운
하얀 철선을 밀고 다닌다
보문사(普門寺) 머리 위
낙가산(落迦山) 산마루
바위를 열고 슬며시 나온
백척거구의 보살 하나
이런 풍광을 내려다보고
노상 웃고만 있다.
* 외포리의 갈매기들은 승객들이 던져주는 먹이를 먹으려고 배가 움직이면
날아 올라 배와 함께 움직이는 것이 장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