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 유공희의 글/유공희의 시

밤에 / 유공희

운수재 2007. 6. 4. 05:50

 

 

밤에  /   유공희

 

밤을 향하여 창문을 열고 귀를 기울이고 있으면 머-ㄴ 곳에서 별과 샘이 쉴 새 없이 맑고 맑은 태초(太初)를 이야기하는 듯합니다.

 

모든 빛이 사라지고 어둠이 하늘을 감추어 버려도 하나의 얼굴이 남아 있어서 별빛 속에서 소곤거리고 있습니다.

 

모든 말을 잃어버린 듯 무거운 침묵이 땅을 덮어도 하나의 소리 머물러 있어 샘 속에서 쉴 새 없이 들려옵니다.

 

아 그것은 영원히 목숨의 밑바닥에서 넘치는 소리. 지금 모든 생명이 잠자는 고요 속에 저렇게 잡힐 듯이 흐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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