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 함 민 복
물 울타리를 둘렀다
울타리가 가장 낮다
울타리가 모두 길이다
[감상 안내]
짧은 3행시입니다. 내용도 아주 평이(平易)합니다.
섬을 둘러싸고 있는 물(바다)이 울타리인데
그 울타리가 가장 낮고 또한 길이라고 합니다.
말하자면 섬은 낮은 ‘물 울타리 길’로 둘려 있다는 것입니다.
시는 세상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는 사물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 곧 발견에서 출발합니다.
흔히 사용하는 ‘이미지’나 ‘영감’이라는 말이 바로 그 ‘발견’을 뜻합니다.
이 작품에서 시인이 발견한 내용은 ‘바다=울타리’라는 사실입니다.
섬을 둘러싸고 있는 바다를 우리는 흔히 보아 왔습니다만
그 물을 울타리로 파악한 것은 새로운 깨달음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울타리는 항용 접근을 방지하기 위해서 지상에 세운 장애물입니다.
섬에 접근하기를 거부하며 진을 치고 있는 바다야말로 물의 울타리인 셈입니다.
그런데 그 ‘물의 울타리’가 재미있는 특징을 지니고 있음을 또 발견합니다.
지상의 울타리들은 다 높게 세워져 있는데 ‘물의 울타리’는 가장 낮다는 사실입니다.
뿐만 아니라, 지상의 울타리는 통행을 차단하는 방어의 구실을 하고 있는데
‘물의 울타리’는 배가 자유롭게 오고가는 통로― ‘길’이 된다는 사실입니다.
제1행이 첫 번째의 발견이고, 그를 바탕으로 제2, 3행의 발견이 이어집니다.
대단한 내용은 아니지만 그럴 듯한 깨달음이라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시가 반드시 길고 어려워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아니, 가능하면 짧고 쉬운 편이 훨씬 낫습니다.
시의 좋고 나쁨은 그 길이나 난이도(難易度)와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좋은 시의 조건은 ‘감동성’일 뿐입니다.
(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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